첫사랑
열무금치
언제부터였을까, 그 아이를 마음에 두기 시작했던 것은.
처음은 그저 임무였다.
충성을 바치고 있는 아이기스의 명령에 따라
동방의 퇴마사를 찾기 위해 말이다.
명령에 따라
처음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에 왠지 모르는
호기심이 솟아났다.
하지만 결코 임무에 의한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흑마법사를 해치우기 위한 카드였다.
' 분명... 그랬을 텐데. '
허울뿐인 학교에서의 하굣길.
어딘가에서 귀신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귀신의 기척을 알아차린 후 그곳으로 가보니,
그 아이가 귀신과 대치 중이었다.
그렇게 뒤에서 한눈을 판 그 순간,
그 아이가 귀신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바로 달렸갔었고..
왜 그러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그저...
' 원인 모를 충동. '
내가 무엇때문에 그 아이를 구했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가 없었다.
중요한 카드라서? 왠지 모를 혼란스러운 기분이였다.
"하리야 괜찮아?"
내가 안부를 묻자 놀라는 듯 했다.
나를 강림이라고 불렀던 것을 보아
그 동방의 퇴마사가 구하러왔다고 착각했던 모양이였다.
그 아이, 아니 하리를 귀신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안착시키고는 귀신에게로 달려갔었다.
오로지 퇴마사, 그 임무를 다하기 위해.
마지막만 남았었다.
" 넌 이만 사라져줘야겠어. "
세피르 카드를 들어 끝맺으려던 찰나,
하리가 뛰어들었다.
무모한 행동이였다.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있자니
불안했다.
또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봐.
"악령이 힘을 되찾기 전에 빨리 없애는게 좋아. "
그리 말했다.
이렇게 시간을 지체해봐야 귀신에게도,우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왜일까. 하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악령이 아니야.. 못 전한 말이 있는 영혼일 뿐."
그런 말은 처음이였다. 귀신은..오로지 퇴치해야만
하는 것 이였을 텐데..
이상했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이상하리만치 불쾌하지 않았다.
' 왜 이러지? '
이 때까지 느끼고 있던 감정과는 달랐다.
따뜻하고..계속 곁에 있고싶은.
그런 느낌이였다. 그런 느낌을 주었던사람은..
단 한사람 뿐이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하리는 귀신을 승천시켜주기 시작했다.
귀신의 과거를 보고, 아픔을 공감해주면서.
그들이 한을 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고안해냈다.
곁에서 그걸 지켜볼 때마다.
나 자신도 치유받는 기분이였다.
그 따뜻하고도 다정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다.
' 염치도 없지... '
처음엔 목적을 위한 접근 이였다.
그런데 네 곁에서 함께할 때마다..
그 마음과 다짐은 서서히 본래 목적을 잃어갔다.
분명..내게 너는, 흑마법사를,동방에 퇴마사를 위한
..카드 중 하나였을텐데.
더이상 그렇지 않았다.
본래의 목적은 잊은지 오래였다.
매일 곁에있는 내가 아니라,
동방의 퇴마사. 아니. 최강림에게만 온 신경이 쏠려있는
하리에게 조금은 질투가 났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 하리가 좋아하는 건 내가 아니라.. 최강림 인 걸. '
그렇게 수도 없이 단념했다.
하지만 생각과 몸은 따로다니기 일쑤였다.
그렇게 매일 생각하며 마음을 잠재워보아도.
잠재워지지않았다. 행동도 들키지 않게 조심하려했다.
하지만 네 옆에만 있으면 그런 생각이고. 다짐이고
모든 것이 사라져서 머릿속은 너로 가득찼다.
"하리야!"
정신을 차려보니 내 눈앞엔 너를 좋아하게 된 내가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였을까.
"리온아!"
나를보며 그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너를,
어찌 싫어할 수 있었겠어.
그치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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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야속하게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가기로 예정되어있던 학교에서의 수련회 날 이었다.
"기대된다~! 그치 리온아!"
하리가 그렇게 물었다.
그렇다. 기대되었다. 수련회가 기대된다기보단,
하리와 함께가는 것에 더 기대가 실렸다.
"응, 엄청 기대된다."
하지만, 즐거운 날들이 있다면..예상을 벗어나는 날들도
있었다.
즐거운 수련회와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대하고
이곳에 왔건만, 야속하게도 또 귀신이 나타났다.
' 하리가..사라졌어. '
하리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하리를 찾았다.
하지만 귀신의 결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 순간,
함께들어갔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
"하리야..하리야. 괜찮아?"
하리가 눈을 뜨자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만약 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면..
' 견디지 못할거야. '
놀란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충동이였는지.
자꾸만 가슴이 아파왔다.
"리온아! 괜찮아?"
' 괜찮다고...대답해야해.. '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입은 다른 것을 말하고있었다.
숨기고 숨겼지만 이미 들켰을지 모르는 내 마음.
그 마음을 하리에게 내비쳤다. 확인사살과 다름없었다.
하리는 한참 멍해져 있었다.
다 알고있었다. 하리에겐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쯤.
"괜찮아, 대답을 바란 건 아니야-. 기다릴게."
기다린다고 말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네가 내게 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쩌면 평생 친구사이 일지도 모르겠지.
'..아파.'
자꾸만 가슴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무시해야했기에 애써 무시할 뿐 이였다.
접어야할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건 생각 보다도 더
고통이였다.
기적이 찾아오면 좋겠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그런 미신이 있다.
그런 미신은 진실이 아니라는 듯
하리가 나를 좋아하는 기적이 찾아오면 좋겠다.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소원했다.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그렇게 하늘에 수없이 빌었다.
그토록 소원하던 그 꿈은 이루어졌을까?
항상 차갑고 더더욱 차가워지던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하곤 따뜻함을 보여준
나의 봄이자 첫사랑.
이 감정을 잃고 싶지않았다.
만약, 이 감정때문에 다치더라도.
다시는 널 볼수 없게 된다고 해도.
지키고싶다.
하리와 친구들을.
더이상 예전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무력하게
잃고 싶진 않았다.
'이럴 때...당신이 있었다면.'
어릴 때 처럼 나에게 많은 이야기와 조언을 들려주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리를 지킬 것이다.
내가 떠나게 된다해도, 멀리서라도 쭉 지켜보고싶다.
물론 하리가 싫다면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리가 좋다고, 하리마저 내가 좋은 건 아닐테니까.
"리온아!"
하지만 저렇게 내 이름을 부르며 웃어줄때는,
조금은.
아주 조금은...
12살의 아이답게 굴어도 괜찮지 않을까.
'다른 건 욕심내지 않을게.'
'그런 따뜻한 미소를 계속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걸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테니까.'
그러니까.. 그미소를 옆에서 지켜보게 해줘.
지금은..
'그거만으로도 충분해.'
너의 그 열정을, 따뜻한 빛을 잃지 말아줘.
"좋아해. 하리야."
항상 네 곁에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