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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느낌표

"하리야, 이제 일어나야지~"

 

하리의 귓가에 약간은 잠겨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은 웃음기가 섞여있는 것 같았지만 잠결에 눈꺼풀 위에 잠시 무엇인가 말캉한 것이 내려앉았다 떨어졌다. 그 뒤 실내 슬리퍼가 나무 바닥을 쓰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촥-! 커튼이 걷어지며 아직 떠지지 않은 눈꺼풀 사이로 눈부신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짜잔! 아침이 밝았습니다! 늦잠꾸러기 구하리 씨는 일어나주세요!"

"으... 눈부셔..."

 

하리가 눈을 찡그리며 손등으로 햇빛을 가렸다.

 

"눈부셔 하리야?"

 

리온이 걷은 커튼을 정리하다 말고 하리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하리 얼굴 바로 앞에 파란 눈이 반짝거리는 리온의 얼굴이 다가왔다.

 

"어 하리야... 여기..."

 

리온이 손을 내밀어 하리의 눈가를 쓸었다. 눈꺼풀 사이 무언가가 쓸려나가는 기분과 함께 무언가 깨달았다.

 

"세수해야겠네~!"

 

해사하게 웃는 리온이 손을 탁탁 털며 하리를 일으켜 세웠다.

 

"아!! 일어났으니 당연한 거 아냐?"

 

하리가 주먹을 꽉 쥐어 올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리온이 큭큭 웃으며 그럼~ 당연한 일이긴 하지. 식탁에 아침 차리고 있을 테니까 씻고 나와라고 덧붙였다.

 

***

 

하리가 아직은 덜 마른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자리에 앉았다. 창문에 줄지어 놓여있는 파릇파릇한 화분들에 물을 주던 리온이 물뿌리개를 거두었다. 물뿌리개에 물이 없는 건지 물뿌리개를 본인의 머리에 쓰고 촐랑촐랑 거리며 하리에게 다가오다 너무 촐랑거린 나머지 물뿌리개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으나 리온이 그것을 간신히 잡아내어 선반에 올려두었다.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리온이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하리를 보더니 소리쳤다.

 

"하리야 머리 빨리 안 말리면 나중에 엄청 후회한다!"

"무슨 후회?"

 

하리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음... 머리가 빠진다나 뭐라나!!"

 

리온이 입가를 매만지고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저것이 거짓말이든 혹은 아주 적은 확률로 진실이든, 리온의 속셈은 빤히 보였다. 하리는 아침부터 더운 바람을 쐬며 손으로 이리저리 머리카락을 들추어 말리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토요일 아침의 작은 게으름이었고 그에 대한 타당한 이유도 있었다. 굳이 지금 말리지 않아도 언젠가 마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에이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그 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큰일 나는 거다!? 습관 들면 큰일이니까 이리로 와 하리야."

 

리온이 드라이기 전원 선을 이미 콘센트에 연결해두곤 하리에게 다가왔다.

 

"어이구... 어차피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잖아 자!"

 

하리가 뒤돌아 앉으며 머리에 씌워뒀던 수건을 벗겨냈다. 자신의 시선 아래 보이는 동그란 하리의 뒷머리에 리온은 알 수 없는 장난기가 들었다.

 

"근데 하리야, 난 네가 하지 말라는 건 해본 적이 없는데?"

"... 정말로? 아닐 텐데...?"

 

하리의 오묘한 시선이 리온의 골반에 닿았다. 옛날에 세피르 카드 리더기를 달고 다녔던 위치였다. 아, 그렇구나. 비록 그때 말고 하리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한 적은 있었을 것이다. 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 함은 그때의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때의 일을 이렇게 농담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증명해 주었다. 시간은 약이고 시간은 언제나 변화를 불러온다. 지금의 나와 하리처럼. 리온은 어째 토요일 아침부터 가슴에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차오르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야? 갑자기 왜 웃어 리온아?"

 

리온은 이 이야기를 하리에게 순순히 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더 밝게 웃으며 입을 뗐다.

 

"응~ 우리 집에 공주님이 있나 봐, 머리 말려주겠다고 말 안 했는데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더라고."

"그거 혹시 내 이야기야?"

"그럼요 공주님. 지금 이 집에 저랑 공주님 말고 누가 있지요?"

 

리온이 하리의 오른손을 들어 드라이기를 쥐여주며 말했다. 하리는 그러는 리온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아오 또 속았어 진짜! 하리는 얼굴이 홧홧 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아... 아하하하 그런 거였어? 난 또..."

 

하리가 말을 얼버무리며 드라이기 전원을 켰다. 위이이이잉 소리에 리온이 무어라 말한 것 같았는데 듣지 못했다.

 

"난 또? 그다음에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아 깜짝이야!!"

 

하리의 귓가 가까이에 리온이 속삭였다.

 

"난 또..."

 

네가 말려주는가 싶었지. 하리는 단 몇 초였지만 이 진중한 고민 끝에 대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혼자 김칫국 마신 게 얼마나 쪽팔린데!

 

"난 또...?"

 

리온이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하리를 바라보았다. 사실 드라이기 소리에 잘 듣지는 못했지만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 리온이 네가 내 머리 말려주려는 건가 싶었다!"

 

하리가 리온의 얼굴에 드라이기의 덥고 건조한 바람을 정통으로 맞추며 외쳤다. 그 바람에 리온의 앞머리의 일부분이 뒤로 넘어가 새로운 머리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얼핏 보면 결혼식 날 봤던 리온의 머리와도 비슷했던 것 같다.

 

"아하하하하하하하!"

 

리온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드라이기의 덥고 건조한 소리를 뚫고 들어왔다. 하리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이내 무언가 깨달은듯싶었다.

 

"야!!!!! 리온!!!!!! 지금까지 날 놀린 거였어?"

"아 미안 미안 하리야..."

 

리온이 하리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뒤로 돌리곤 드라이기를 잡고 있는 하리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자연스럽게 하리가 들고 있던 드라이기를 자신의 손에 넣었다.

 

"원래부터 내가 말려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장난이 걸고 싶어서..."

 

리온이 손으로 하리의 머리를 빗어가며 말했다.

 

"아냐... 아니 근데 나도 말이야 이 정도면 좀 덜 속을 때도 됐는데 왜 맨날 속지?"

"그거야 이 새신랑 리온의 장난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니까~"

 

리온이 그새 앞으로 쏠린 하리의 옆머리를 빗어 뒤로 넘겨 말렸다.

 

"물론, 하리의 대처능력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 대체 어디 가?"

 

하리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어렸을 때부터 지어오던 그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음이 틀림없다.

 

"발전하고 있어! 내가 아주 조금 더 빠를 뿐이야. 곧 따라잡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했는걸?"

 

리온이 드라이기 전원을 껐다. 마지막으로 하리의 머리를 빗으로 한 번 더 빗어주었다.

 

"자~ 다 됐다! 이제 오늘 리온의 미용실은 문을 닫았어요~"

 

리온이 잠시 아차 싶은 표정을 짓더니 말을 번복했다.

 

"어쩌면 저녁에 다시 열 수도 있겠네요~!"

 

하리는 천연덕스러운 리온의 모습을 보며 킥킥하고 작게 웃었다. 일어났을 때 봤던 햇살이 이제는 눈부시지 않았다.

 

***

 

하리가 리온이 만든 토스트를 한 입 먹으면서 물었다.

 

"리온아 너는 왜 이렇게 요리를 잘해?"

 

입에 묻었던 소스를 닦고 있던 리온이 살짝 얼빠진 표정을 짓는 것 같기도 했다. 저게 무슨 표정이지? 하지만 이내 그 애매모호한 표정과 눈빛은 강렬한 햇살이 잠깐 눈앞을 스쳐 지나간 후 눈을 곱게 접어 웃고 있는 리온에 의해 영영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음~ 그거야 하리한테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서!"

"그게 계기였어?"

"음~ 원래는 아니었는데, 하리 너랑 만나고 나서는 그게 계기가 됐어."

 

리온이 어깨를 으쓱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근데 너무 오래전이라 나도 잘 기억이 안 나."

 

아니다,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과거에 매여있기보단 현재를 선택한것 뿐이었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자 갑자기 분위기가 확 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내 특제 토스트의 맛은 어때 하리야? 맛있지!"

 

하리가 입안 가득 토스트를 넣어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고개만을 열정적으로 끄덕였다. 저번에 내가 태워먹은 토스트랑은 차원이 달랐다. 하리는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리온에게 소박하더라도 멋진 요리를 대접해야겠다고다시 한 번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이번이 몇 번째 다짐인지 셀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

 

하리가 아침을 담았던 그릇들을 설거지하는 동안 리온은 식탁을 닦았고 창문을 잠시 열었다. 상쾌한 초여름의 바람과 태양빛이 좁게 열린 창문 틈새로 밀려들어왔다. 이렇게 잠시 바쁜 시간을 보내니 할 게 없었다. 토요일 아침인데다가, 리온은 후배들의 성과를 위해 거의 출근을 하나마나 싶었고 하리는 비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할 일이 없었다. 집은 거의 매일 청소하다시피 바로바로 치우고 쌓아둔다 한들 어젯밤 다 정리하고 잠에 들어 더더욱 할 것이 없었다.

 

"아! 할 거 없다!!!"

 

하리가 침대에 쿠션을 안고 뒹굴며 외쳤다. 그 하리 옆에 멍하니 누워있던 리온은 굴러오는 하리와 그만 쿵 하고 부딪혔다.

 

"왁!! 미안 리온아 괜찮아?"

"응, 당연히 괜찮지~"

 

하리가 리온과 부딪히며 리온을 경계선으로 반대편에 있는 쿠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말 한 뼘 차이로 닿지 않았다.

 

"으아 안 닿는다..."

 

하리가 뭉그적거리며 리온 위를 넘어갔다. 그리고 다시 손에 들어온 쿠션을 품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너무 심심하다 심심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던 5학년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치려고 하는 훌륭한 성인이 되었다.

 

그때 마침 약간 열어둔 창문 사이 커튼이 미풍에 흔들리며 눈부신 햇살이 방의 끝과 끝을 길게 이었다.

 

"하리야,"

"리온아,"

 

리온과 하리가 입을 동시에 열었다.

 

"먼저 말해 리온아."

"아, 아냐 하리 네가 먼저 말해."

 

하리가 리온에게 떠넘기고, 리온은 다시 하리에게 떠넘겼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 떠넘기면 계속 떠넘기기만 하다 결국 어물쩍 넘어가게 될 것은 뻔했다.

 

"후... 이렇게 미루시겠다 이거지?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말하는 거다!"

"그래 좋아."

 

리온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대답했다.

 

"하나... 둘... 셋!"

"산책 갈래?!?"

 

이구동성이었다.

 

***

 

햇빛 좋은 어느 오전 한 공원에 흰색 운동화를 나란히 신은 두 사람이 함께 걷고 있었다.

 

"와 날씨 정말 대박인데...!"

 

하리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덩달아 리온도 같이 고개를 올려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날아온 지 모를 검은 새가 파란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파랗고 청명한 하늘색 아크릴물감으로 가득 채워진 도화지 위에 검은 점 하나가 찍혀있는 것 같았다.

 

"그러게... 진짜 바람도 선선하고 하늘은 맑고... 오늘 비 소식 20%라던데..."

 

***

 

"야 아까 비 올 확률 20%라고 했던 사람 나와."

"......."

"아주 플래그를 제대로 꽂았네."

 

 

웃음 섞인 말을 하며 하리가 리온의 곁으로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 산책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났을 무렵 맑게 갠 하늘에서 물방울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여우비가 시작된 지 20분 정도 지나자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굵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리온과 하리는 근처 편의점으로 달렸다. 그렇게 단 하나 남은 우산을 쟁취해낼 수 있었다.

 

"비가 오네..."

 

리온이 손으로 빗방울을 받으며 중얼거렸다. 아까 한 말이 씨가 되어 비가 내리는 걸까. 리온은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한 뒤 빗속을 맴도는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 아까는 선선하다고 생각했던 바람이 비가 오고, 비를 맞자 이젠 춥게 느껴졌다.

 

"와 춥다. 리온아 우리 뭐 따뜻한 거라도 먹고 갈래?"

 

우산을 펴던 하리가 불어오는 바람에 멈칫하더니 물었다.

 

"음...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나야 좋지!"

"그래 그럼 다시 들어가자!"

 

하리가 킥킥 웃으며 딸랑, 다시 한번 편의점 문에 달린 풍경을 울렸다.

 

***

 

"아까 여우비 내리던 하늘 진짜 예뻤는데."

 

하리가 라면에 물을 따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아 그 이야기 생각난다. 여우비는 호랑이가 여우한테 장가들 때 내린대."

"아 나도 그 이야기 알아. 여우를 좋아한 구름이 여우가 시집가서 비를 내렸다는 말도 있지 않아?"

 

여기까지 이야기가 오가자 둘의 머릿속에 단 하나의 날이 떠올랐다.

 

"우리 결혼할 때도 여우비 내렸는데..."

"우리 결혼할 때도 여우비 내렸잖아."

 

둘은 동시에 말하곤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근데 나는 호랑이가 아니라 사잔데?"

 

리온이 나무젓가락을 하리에게 내밀며 말했다.

 

"네가 왜 사자야?"

 

하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리온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내 이름이 Lion이니까!"

"Leon 아니었어?"

"사실 둘 다 써."

 

리온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그럴 만도 하지."

 

하리가 라면의 뚜껑을 열며 말했다.

 

"다 익었어?"

"내가 한번 먹어볼게."

 

하리가 라면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더니 리온에게도 한 젓가락을 내밀었다. 리온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은 채 하리가 주는 라면 한 젓가락을 받아먹었다.

 

 

"...! 앗 뜨거워!"

 

 

리온이 하리에게서 한 젓가락 받아먹은 라면을 입에 있는 상태로 물을 마셨다.

 

 

"헤... 뜨거워..."

 

 

하리가 작게 웃곤 음료수를 뜯어 한 모금 마셨다.

 

***

 

"으아 배부르다... 이제 집 가자!"

 

하리가 먹은 컵라면과 음료수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응 하기야 바닥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나오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리의 발이 쭉 미끄러졌다. 하리는 헛발질을 한다던가, 허공에 헛손질을 한다던가, 리온이 잡아주기 전에 중심을 잡고 리온에게 엄지를 내밀며 말했다.

 

"와... 큰일 날 뻔... 간신히 중심 잡기 성공!"

"깜짝이야..."

 

리온이 하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리는 그 손을 잡고 나란히 같은 우산을 쓴 채 편의점을 나섰다.

 

***

 

"야 리온 레이몬드 우산 똑바로 안 써?"

 

 

하리가 우산을 리온에게로 밀며 말했다.

 

 

"아 잘 쓰고 있어 하리야..."

 

"너 지금 흰옷 입고 있는 건 알고 있지? 물에 젖으면 다 티 난다."

 

"아하하하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뭐가 어쩔 수 없는 건데? 어차피 우리 이미 한 번 쫄딱 젖었거든?"

 

 

하리가 양보할 수 없다는 듯이 우산을 들고 있던 리온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친 후 힘을 주어 정확하게 중간에 위치하게 했다.

 

 

"자, 이렇게 가는 거야. 합의는 없어!"

 

***

 

그렇게 리온은 왼쪽 어깨, 하리는 오른쪽 어깨가 쫄딱 젖은 채 집에 돌아왔다. 물론 어깨 이외에도 골고루 젖었으나 콕 집에 말하자면 어깨였다. 둘은 간단하게 샤워 후 욕실을 나섰다.

 

 

"진짜로 리온 미용실 저녁에 다시 열었네."

 

 

리온이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뒤를 돌았다. 뒤에는 하리가 드라이가 와 빗을 들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하면 안 돼?"

 

"헐... 하리야...!"

 

 

리온이 두 손을 모아 입을 막으며 말했다. 푸른 리온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

 

"... 하리야."

"미안하다."

 

 

하리의 다 됐다는 말에 리온은 곧장 거울로 달려갔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게 드라이기로 가능한 머리일까?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한 쪽은 너무 쫙 펴졌고 다른 한쪽은 몽실몽실 펌을 넣은 듯이 부풀어있었다. 따로 보면 나쁘지 않은 머리였지만 한곳에 모아서 보니 상당히 당황스러운 조합이었다. 물론 내일 씻으면 사라질 머리 긴 했다. 리온은 이게 무슨...? 하는 표정으로 하리를 뒤돌아 보았고 그 뒤에 하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구하리이이~!!!!"

"아하하하하 리온아 미안해 근데 의도한 건 아니었어. 하다 보니 갑자기 해보고 싶어서..."

"그럼 그게 어떻게 의도한 게 아니야~!!!"

 

 

리온이 엉망인 머리를 이리저리 흩트렸다. 눌린 머리와 몽실몽실하게 든 머리가 조금 섞여 약간은 볼만해진 것 같았다.

 

"구하리...! 어딜 그냥 갈려고!"

 

리온이 방으로 들어가려던 하리를 붙잡았다.

 

"기대해."

 

***

 

땋은 머리, 올린 머리, 너무 진심이 되어버린 나머지 폐백 때 썼던 족두리까지 꺼냈다. 그 때문에 하리의 곧게 뻗은 머리가 구불구불해졌다. 침대에 누운 리온은 옆에 누워 뒤척이는 하리 쪽으로 몸을 틀었다.

 

 

"하리야 자?"

"아니... 아직 안자."

"내일 아침에도 눈을 뜨면 네가 있을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당연하지..."

 

 

하리가 비몽사몽 눈은 반쯤 뜬 상태로 대답했다. 정확한 발음보다는 웅얼거림에 가까운 대답이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리온은 그 대답에 만족하며 싱긋 웃으며 하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제 눈 감고 자라며 오른손으로 하리 눈을 쓸어내렸다.

 

 

"하리야, 정말 좋아해. 잘 자 내일 또 봐."

"으응... 리온아 나도 사랑해."

 

사랑해,

이 한 마디 리온의 잠을 확 깨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리온은 오늘 잠은 다 잤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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